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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큰 돈을 받은 것처럼

    며칠 전, 인스타툰 작가 귀찮님의 그림을 보았다. 올해 목표가 ‘누구도 청탁하지 않은 일을 마치 아주 큰 돈을 받고 청탁받은 것처럼 해보기’라고 하신 것을 보고 너무나 큰 충격과 영감을 받았다. ’큰 돈‘과 ’청탁‘이라는 단어가 주는 강력함도 있지만, 이 말의 바탕에는 ’누군가의 부탁‘이 전제로 깔려있다. 무슨 일을 할 때, 누가 나에게 부탁했을 때와, 나 스스로의 의지로 했을 때의 차이를 귀찮 작가님도 느꼈던 것이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지인이 나에게 내 시간을 내거나, 노동이 필요하거나, 어떤 희생을 필요로 하는 일을 도와달라고 할 때, 마치 내 일인 양 해줄 수 있다. 이미 그런 경험도 적지 않다. 내가 그 일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그가 나에게 돈을 주어서가 아니라, 그가 처한 어려움에 공감하고, ..

    [그레이 단상] 연습에 관하여

    기타 연습에 몰입하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겠다. 그리고 잘하게 되면서 그 연습이 머리로도 이루어지는 것을 느꼈다. 이는 공부에도 똑같이 적용될 것이라 생각했다. 학습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연습에 달려있는 것 같다. 연습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궁금해 하던 중, 아래의 영상을 보게 되었다. 악기나 춤은 물론이고, 코딩도 연습이 필요하고 독서와 공부도 연습이며, 대화도 글쓰기도 모두 연습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나는 연습을 좋아하는 것 같다. 효과적인 연습 방법은 다음과 같다 👉 할 일에 집중한다. (컴퓨터, 휴대폰 X) 👉 천천히, 느리게 반복한다. 👉 잦은 반복 중에 휴식을 취한다. 👉 일정을 고정시킨다. 👉 이미 익숙해진 상태에서는 상상만으로 연습이 된다. 상상하자.

    [회색단상] 허준이 교수의 서울대학교 졸업식 축사

    [회색단상] 허준이 교수의 서울대학교 졸업식 축사

    졸업 시즌입니다. 새로운 출발을 앞둔 많은 청년들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었던 허준이 교수의 졸업식 축사 전문을 올립니다. 원문 안녕하세요, 07년도 여름에 졸업한 수학자 허준이입니다. 우리가 80년을 건강하게 산다고 가정하면 약 30,000 일을 사는 셈인데, 우리 직관이 다루기엔 제법 큰 수입니다. 저는 대략 그 절반을 지나 보냈고, 여러분 대부분은 약 삼분의 일을 지나 보냈습니다. 혹시 그중 며칠을 기억하고 있는지 세어 본 적 있으신가요? 쉼 없이 들이쉬고 내쉬는 우리가 오랫동안 잡고 있을 날들은 30,000의 아주 일부입니다. 먼 옛날의 나와, 지금 여기의 나와, 먼 훗날의 나라는 세 명의 완벽히 낯선 사람들을 이런 날들이 엉성하게 이어주고 있습니다. 마무리 짓고 새롭게 시작하는 오늘 졸업식이 그..

    짧은 생각을 긴 글로 표현하는 연습

    짧은 생각을 긴 글로 표현하는 연습

    중학교 때 오래된 고전 만화 '광수 생각'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아주 어릴 적 엄마와 함께 한의원에서 보았던, 바로 그 만화를 다시 만나니 반가운 마음에 한 권을 빠르게 읽었습니다. 이후 헌책방을 돌아다니며 광수생각을 찾아 읽었습니다. 사춘기 시절에 넓고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도와준 짧은 만화들이 지금에 와서야 고맙게 느껴집니다. 유독 책과 철학에 관심이 많았던 반 친구들 덕분에 광수생각을 넘어서 철학사전, 탈무드 같은 책을 접하면서 크게 방황하지 않는 사춘기 시절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철학'을 삶의 중심으로 끌고 온 적은 없는 듯 합니다. 특히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대학에 가기 위해 애쓰던 순간이나, 먹고 살기 위한 직업을 고민하던 순간에는 철학을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