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평
내적으로 고통받는 천재들이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세상으로부터 있는 그대로 사랑받기를.
리뷰
왓챠피디아의 "예상 별점이 높은 작품"에서 알게된 작품이다. 헤르만 헤세가 워낙 유명하다보니 책 제목은 다 들어봤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처음 보는 책이었다. 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싯다르타' 같은 작품은 읽고 어려웠다는 입소문을 들었었는데, 처음 들어보는 책이라 꼭 읽어보고 싶었다.
아니 근데 왠걸. 교보문고에서 슬쩍 훑어본 후 바로 구입할 뻔 했다.
도박자는 도박을 하지 않기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자살자는 자살을 하지 않기위해 노력을 기울인다니.
이 책이 나온 시기에도 아픔이 마음을 뒤덮는 혼란은 비슷한 재질이었나보다.
하리는 너무나 천재적이어서 자아의 분열을 경험하는 주인공이다. 세상의 아픔이 자신의 아픔과 같아서 신적으로 천재적인 인물인 것이다. 그래서 그의 자아는 불안정하다. '나'의 고통은 곧 세상의 고통이요, '나'의 즐거움은 고통스러운 세상에서 발견하는 미소한 사람들의 기쁨인 것이다. 하리는 '이리론'을 통해 외로움 속에 살아가는 자신에 대해 고찰한다.
어찌되었든 하리와 같은 사람들은 어느 시대건, 어느 지역이건, 세상에 존재한다. 늘상 생각하는 말이지만 존재하는 사람들은 부정될 수 없다. 그럼에도 사회에서는 이리로 여겨지는 사람들이 존재해서는 안되는 사람들로 규정되곤 한다. 자기만의 생각에 빠질 때도 있고, 알 수 없는 고독에 잠겨 고통스러워할 때도 있는 법. 하리는 엄격한 기독교 교육을 받고 빛의 세계를 알면서도 스스로를 뒤덮는 혼란이, 이 세상이 주는 쾌락이 융합될 수 없었다는 측면에서 안타깝다.
자아의 분열은 외로움에서 비롯된다. 한 쪽 측면이라도 인정받을 수 있고, 다독여질 수 있다면야, 못 살아갈 이유가 어디 있겠냐마는, 하리에게는 분열된 자아가 통합된 자아라는 것이 받아들여질 수 없었던 것 같다.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자아는 여러번 해체되기도 하고, 통합되기도 하고, 내 지식이 넓어질수록 다른 사람의 세상이 내 뇌로 들어오기 마련이다. 이 모든 세상이 통합되려면 (하리같은 천재만이 그 고민을 할테지만) 자기 초월적 능력에 의존하는 방법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태어난 우리 모두가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는 상대방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외로운 존재들이니까, 스스로를 이해해주어야 한다.
저자 소개
헤르만 헤세
소개가 필요없는 작가. 1877년 7월 2일, 독일 제국 뷔르템베르크 왕국의 칼브(Calw) 출생으로, 요하네스 헤세와 마리 군데르트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선교사였던 아버지와 독실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엄격한 개신교 환경에서 자랐다. 작품 활동으로는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싯다르타> 등이 있다. 성장 과정에서는 개신교의 영향을 받았으나, 동양 철학과 고대 유가 사상, 고대 영성(구교)에도 관심을 가지며 <유리알 유희>,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전기> 같은 작품을 짓기도 하였다. 팬들 사이에서는 여러 작품이 한 작가의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정도라는 평이 있을 정도로 작품 세계가 광활하고 깊다는 것이 특징이다.
번역가 소개
김누리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독어교육학과 학사,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 석사, 브레멘대학교 문학 박사. 현 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이다.
유명한 분이지만 번역가 소개이므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번역이 너무나 마음에 들고, 작품 이해에는 언제나 번역가의 역할이 큼을 알고 있기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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